낙서장 67

주고 받음...

둘째 녀석은 저를 닮아서 속마음이 그렇지는 않아보여도 보통은 무뚝뚝합니다. 친구들과 낄낄거리면서 전화 통화 할 때 보면 주변 친구들과는 밝게 소통하는 게 보기 좋은데, 부자관계라는 게 어딘지 모를 어색함이 있긴 하죠. 어려서부터 자주 안아주려던 노력 때문에 대학생이 된 지금도 가끔씩 저보다 부쩍 큰 녀석과 허그하는 것도 항상 제가 먼저이긴 합니다. ​ 얼마 전 대학친구와 저녁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자식들 얘기가 나오니 친구도 하던 푸념이 비슷합니다. "아니, 녀석은 매번 내가 먼저 연락한단 말야. 근데, 연락을 해도 항상 답이 짧아." 지방에 내려가서 혼자 한의사 되겠다고 공부하는 아들 걱정이 많은데 연락은 매번 그 친구한테서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저랑 비슷하죠. ​ 그러다가 어제 무심하게 "아..

낙서장 2023.05.06

나의 재무목표?

오늘 근로자의 날에 연휴라 대부분 쉬지만 월말 마감, 월초준비를 하러 나오는 팀원들이 있다 보니 저도 밀린 일들 정리하고, 점심 사주러 출근을 했습니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와서 이제 회사 돌아가는데 좀 적응하기 시작한 후배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항상 신선합니다. MZ세대의 지금의 고민을 들을 수 있는 점도 좋구요. “저 궁금한 게 있어요. 혹시, 팀장님은 재무목표가 무엇이세요? 달성하셨나요?“ ”음.. 처음 생각한 목표는 달성했고, 다음 목표들은 준비 중이고 그렇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대기업 월급이야 안정적이라서, 1, 2년 정도 지내 보면 세후수입도 확실해 지고, 연봉 인상률도 보이니, 이렇게 해서 퇴직 때까지 얼마 수입일지가 그려질텐데 그걸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잘 안 보인..

낙서장 2023.05.01

꿉당 그리고 철새

오늘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점심에 돼지고기 파티를 했습니다. 동네 근처 맛집인 것도 알고 있었고,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집인 것도 알고 있었는데, 기다려서 먹는 건 번거로와서 그동안 꿉당에서의 식사는 미뤄왔는데, 바로 집앞에 있던 다른 삼겹살 맛집이 재건축으로 철거되면서 별 수 없이 이 집을 가게 됐습니다. 오후 2시부터 영업이라 1시에 가서 waiting list에 등록해 놓고 백다방에서 커피 한잔 하면서 기다리다가 영업 개시하자마자 들어가 식사를 합니다. 저희가 9번째 대기순서라 ’이거 더 기다려 하는 게 아냐?‘ 했는데, 안 그래도 들어가 물으니, 테이블은 15개 있다고 해서 오픈하면 바로 먹겠거니 했습니다. 자리 잡고, ‘그래, 어디 함 얼마나 맛있는지 보자.’라고 생각하면서 반찬 셋팅 후 종류별..

낙서장 2023.04.30

열무김치

제가 좋아하는 최애 음식 중 하나를 꼽으라면 어머니가 직접 담궈 주신 열무김치가 있습니다. 입맛 없는 날 공기밥 위에 두둑히 열무김치 넣고, 계란 후라이 하나 얹어 함께 먹게 되면 더없이 좋은 한 상 차림입니다. 그러다 보니, 와이프도 참 좋아하는 반찬입니다. 얼마 전 가족 모임 때 받은 열무김치를 이렇게 저렇게 벌써 다 먹게 되더군요. ​ "어머니, 다음 가족 모일 때 열무김치 부탁 드려요. 벌써 다 먹었네요." "알았다.." ​ 그리고, 오늘 잠자는 새벽에 아버지, 어머니가 잠시 집에 들려 열무김치만 놓고 가셨더군요. 어제 늦게까지 일 챙기다 아침에 일어나서야 당신들 왔다 가신 것을 알았습니다. 다음 모였을 때 주셔도 될 것을, 오늘 약속도 있다는 아버지를 깨워 새벽같이 오셔서 열무김치만 전해 놓고 ..

낙서장 2023.04.26

현악7중주

매주 일요일 성당에서의 오전 미사는 이번 주를 정리하고, 다음 주를 계획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잠원성당에 9시 미사에는 매주는 아닌 듯 보이고, 가끔씩 현악4중주 또는 5중주 반주로 미사가 진행됩니다. 가장 기대가 되는 건 모든 미사를 마치고 마지막에 자유 연주곡으로 이뤄지는 피날레 연주입니다. 그래서, 매번, 연주자분들이 나타나 미사반주가 진행되면 마지막 곡 연주를 은근히 기대하면서 미사 끝에도 남아 조용히 피날레 연주를 감상하곤 합니다. ​ 근데, 오늘은 현악7중주입니다. 풍성하게 울려퍼지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선율은 현악 4중주나 5중주에서 보여주는 맛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클래식에 그리 전문성은 없는 귀이지만, 두 대 이상으로 구성된 바이올린과 첼로가 함께 성당을 가득 울리는 음감에서 오는 매력..

낙서장 2023.04.23

애는 둘이 좋군요...

둘째가 지금 첫 사회생활을 합니다. 와이프의 철칙이 대학 들어가서 용돈은 애들 각자 벌어서 생활하라는 것이어서, 첫째도 대학 합격하자 마자 과외자리 알아 보더니 지금은 꽤 쏠쏠한 모양입니다. 그걸 둘째도 봐오던 터이니, 미국에 가기 전까지 한국 있는 동안에 가만히 내버려 둘 와이프가 아니죠. 그렇게 여기저기 알아 보더니 대치동에 그로튼 영어학원에서 월수금을 4시간 반을 일합니다. 아니, 5시간 아니었냐고 했더니, 중간에 30분 쉬는 시간을 빼더라고 합니다. 에누리가 없습니다. 대치동에서 그래도 평이 좋은 초등학생 영어과외 학원이라고 하길래, “둘째야, 애들 가르치는거야?” “아니, 애들 테스트 채점하는 거야.” “초등학생이 쓴 영어면 별로 어렵지는 않겠네?” “영어는 안 어려운데, 애들 글씨를 못 알아보..

낙서장 2023.04.15

행복의 바램

저희부터 자식들이 성장해서 부모님을 모시거나 부양한다는 개념이 약해지기 시작된 세대일 겁니다. 그렇다고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맘까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활한다는 의식이 공고해진 세대라는 의미일 뿐입니다. 자연스레 저희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할 때에도 이런 의식은 이어집니다. 부모와 자식 각자 서로간의 독립적 경제를 유지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방향입니다. 가장 중요한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말이죠. 헌데, 매번 얘기를 꺼내면서 모두의 행복이라는 게 정말 뭘까요? 거꾸로 그럼 언제 행복하지 않은 걸까요? 가장 불행한 사람은 주변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사람 돌이켜 보면, 뭔가 주변을 의식하고 정해지지 않은 ‘이 정도?’라는 가치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많이..

낙서장 2023.04.15

중간점검..

오늘 문득 '내가 지금 가는 이 길이 제대로 된 방향이 맞나?' 라는 궁금증이 들더군요. ​ 지금 하는 모든 고민, 행동, 경험들이 쌓여 내가 바라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맘입니다. 실제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군요. 매번 그렇게 원하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면 겸손을 알 수 없겠죠.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 예상치 못한 인연, 기회를 마주하면서 그걸 통해 더 크게 성장하고, 경험하고, 즐거워 했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죠. ​ 그럼에도 중간점검이 주는 의미는 있습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긴 흐름에서 맞는 길이어야 합니다. 중간에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서 가는 먼 길은 없습니다. 장기 목표는 중간에 돌아서기 어려우니깐요. ​ 그렇게 차분히 가야 할 먼 길과 지금을 다시 한번 살펴 봅니다. ​

낙서장 2023.04.14

마크 저커버그 옷차림 반전…

마크 저커버그 옷차림이 종종 얘기꺼리더군요.. 이유는 이런 억만장자 옷차림이 너무 수수하다는 거죠. 보통 면티에 청바지 모습입니다. 마크 저커버거는 옷차림에 신경쓰지 않고 본연의 집중할 것들에 집중하기 위해 이 스타일을 고집한다고 하죠. 사실, 저도 여기까지만 알고 있었습니다. ​ 그러다, 둘째와 아래 사진을 보고, 지나가는 말로, "마크 저커버그가 옷차림이 수수하네.." 했더니 뜻밖의 얘기를 합니다. "아빠, 마크 저커버그 옷이 왠만한 옷보다 가격이 더 비쌀껄.." "아, 그래? 그럼, 그냥 너무 편하게 입고 있어서 그런건가?" ​ 해서, 궁금증에 올라온 사진 옷들을 비교해 봤습니다. 보통 비교 사진으로는 아래가 많이 얘기됩니다. 그러면서, 왼쪽은 중산층, 중간은 부자, 오른쪽은 억만장자 옷차림이라고 ..

낙서장 2023.04.11

도봉산 사패산코스 강추

어제 첫 도봉산 도전을 사패산 코스로 올랐습니다. 같은 해외지역에서 일한 선배님들과 함께 한 산행은 산행 이상의 즐거움이 항상 있습니다. 인생 정점을 찍어 보셨거나, 찍기 위해 달리시는 형님들과 함께 하는 자리이기에 인생의 맛과 멋이 있습니다. ​ 의정부역에서 사패산 코스로 시작해야 도봉산을 제대로 보는 거라는 대장님 가이드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된 코스'에 따라 오늘 일정을 소화할 겁니다. 자, 입구에서 정비부터 해 볼까요.. ​ 안내판을 함께 보는데 산 좀 타보신 선배 한 분이, "10년 전에 오고 다시 안 올 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오네. 오늘은 좀 힘들거야." ​ 속으로는, '도대체 코스가 얼마나 힘들길래 저렇게 엄살이시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뭐든 부딪히면서 즐겨왔으니, 그럼 오늘도 한번 제..

낙서장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