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67

봄의 속도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단지 내 목련 봉오리가 몽글몽글 올라온 것을 봤습니다. 주중에는 출근한다고 새벽같이 집 나서고, 저녁에는 일이다, 식사약속이다 해서 항상 늦게 퇴근하다 보니 목련 봉오리가 올라온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봄이 성큼 다가온 걸 느낍니다. ​ 토요일은 가급적 저녁약속을 안 잡는데 선약이 잡혀 어쩔 수 없이 오후에 집을 나서면서 목련을 다시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오늘은 봄기운이 많이 느껴질만큼 하루가 따스했는데 그새 봉오리가 반쯤 핀 겁니다. 봄이 정말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

낙서장 2023.03.18

빌드업(Build-up)과 OKR

책 역행자에 나오는 빌드업에 대한 얘기를 보면서 문득 몇 가지 생각이 듭니다. ​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빌드업은 잘 되어가고 있나? 혹시 난 빌드업만 하는 건 아닐까? ​ 빌드업은 참 여러 곳에서 얘기를 듣는데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집니다. ​ “마지막 순간까지 최상의 스피드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경주거리의 최후의 부분까지도 빨리 달리는 연습“ -체육학 대사전 ​ ”빌드업은 축구에서 상대팀의 압박을 이겨내고 상대팀 진영으로 전진하여 골을 넣기 위한 공격 전개 과정이다. 자기 진영에서의 빌드업과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빌드업으로 나눌 수 있다.“ -위키백과 ​ ”Build-up : gradual increase, 점진적 증가“ -네이버 사전 ​ 그렇습니다. 목표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쌓아가는 ..

낙서장 2023.03.17

나의 가치는?

허태균 교수의 '어쩌다 어른' 강의를 참 즐겨 봅니다. '한국인의 심리를 파헤치다.'라는 강의에서 한 말씀들에 공감이 많이 갑니다. 그 중에서도 각 국가별 중산층 비교 기준이 참 우리의 현재 모습이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 다섯 가지의 조건 중에 한 가지도 '우리'의 진정한 멋스러움을 정의해 줄 가치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부채 없는 30평 아파트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따뜻한 김치찌개에 라면 몇 개 넣을지를 갖고 실랭이 하는 웃음이 있는 집을 더 좋아해야 하겠죠. 월 500만원 이상의 급여도 중요하지만, 나와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일자리와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2,000cc급 중형차가 아니라 요즘은 하루 만보 이상을 걸을 수 있는 차 없는 하루하루의 건강함..

낙서장 2023.03.12

과달루페 성모마리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항상 의지의 순간에 마음을 열고 답을 찾았던 분이 성모 마리아였습니다. 잠원성당에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한국적인 성모마리아와 예수님이 소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에 조용히 위치해 있습니다. 매번 어렵고, 힘든 순간 찾아가 기도하고 간청하면서 답을 찾고 결국 찾으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마리아님... ​ 해외 주재생활을 하면서 해외에서 닥치는 어려움과 이슈는 한국과는 수준과 규모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때, 품에 간직하면서 기도하고, 더욱 간청하고 길을 찾으면서 기다릴 수 있었던 건 과달루페 성모마리아 덕분입니다. 과달루페 성모마리아는 멕시코시티에서 발현한 기적의 성모마리아이세요. 아즈텍 문명을 이해하면, 과달루페 성모마리아의 발현이 왜 의미가 남다른지 알게 됩니다. 아..

낙서장 2023.03.05

서촌을 즐기다.

날이 포근할 때면 집근처 한강고수부지를 따라 청담이나 잠실까지 걷는 걸 좋아합니다. 선선한 강바람에 남산 너머로 보이는 저녁 노을과 함께 걷는 건 항상 제게 주는 휴식이자 보상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한강변 바람은 쌀쌀해서 서촌으로 목적지를 잡았습니다. 뚜벅이가 좋은 건 충분히 즉흥적일 수 있어서죠. 계획없이 발길 닿는대로.. 서촌 참 오랫만입니다. 애들 어릴 때 와 보고 최근에는 올 일이 없었는데 동네모습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옥, 구옥, 신축이 아기자기 함께 하는 모습은 이질적이라기 보다는 어쩜 이렇게 서로에게 섞여 있을까 싶어요. ​ 골목의 매력은 항상 다음을 알 수 없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꺾인 다음 길의 장면을 기대하게 합니다. ​ 아트사이드 갤러리 건물의 복도 전면 유리는 구조물로 반쯤 가..

낙서장 2023.03.05

애들이란 참...

둘째랑 애엄마가 한달 가량 도쿄생활을 정리하고 다음 주쯤이면 한국을 들어옵니다. 애들 둘 통학을 생각해서 와세다대학이랑 게이오대학 양쪽을 모두 갈 수 있는 곳으로 알아보다 신주꾸 근처 지하철역 주변에 정말 원룸같은 작은 아파트를 렌트해서 지내는 중이죠. 이렇게 작은데도 월세는 왜 이리 비싼지… 다음 주면 셋은 일본에서 이별이니 이번 주말에는 신주꾸 근처 맛집 투어 잘 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 얼마 전 큰 애가 공기업 인턴을 할까 말까 망설이면서 그냥 진행하더군요. 그러다 덜컥 인턴을 합격을 했습니다. 합격을 축하했더니 이번에는 인턴을 안 하겠답니다. 일본에 벌려 놓은 것도 그렇고 일본에서 인턴기회를 찾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 포기하길래 해당 공기업 담당자분께는 다음을 위해서라도 잘 인사하라고 했습니다...

낙서장 2023.03.04

폴란드의 민족시인, 루제비치

폴란드에 계신 선배님이 3.1절을 뜻하며 좋은 글을 주십니다. 현지는 휴일이 아니라서 근무로 챙기실게 많아 바쁘실텐데 고맙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먼저 연락 드려야하겠어요. 폴란드의 민족시인으로 추앙받는 사람이 '루제비치'입니다. 2차대전 나치 점령기 시인이었던 형과 같이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다 형은 케슈타포에 의해 처형 당하게 됩니다. 본인도 수용소 생활을 하다 전쟁이 끝난 후 살아 남았으나 형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방황을 오랫동안 했다고 해요. 민족과 인간애를 주제로 많은 시를 남겼고, 생존 당시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되었으나 수상은 못했다고 합니다. -루제비치(Tadeusz Rὀzewicz·1921~2014), 최성은 옮김 꽁꽁 언 손은 얼마든지 녹일 수 있다 따뜻한 커피가 들어 있는 ..

낙서장 2023.03.01

나 자신을 믿자.

얼마 전 동문회에서 제 인생 롤모델인 선배와 어떻게 인생을 즐길지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요즘 얘기꺼리 중에 이른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얻고 조기은퇴하고 인생 즐기는 얘기가 많다 보니 이 얘기로 화제가 옮겨 갑니다. 그래서인지,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뭘 해야 할지가 인생목표인 분들도 많아 보입니다. 이 선배는 올해 개봉하는 것으로 얘기되는 송중기씨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의 실제 모델입니다. 스페인어 전공 후 중남미로 가서, 인생역경을 모두 잘 헤쳐내고 현지에서 잘 자리잡고, 가족이 있는 한국과 사업장이 있는 현지를 왔다갔다 하세요. 첫째랑 둘째를 한국에서 의대, 연대를 각각 보내서 막내만 대학 졸업 시키면 쉬겠다는 얘기를 종종 하던 분입니다. 그래서, 이 날도 “형님, 지금은 내가 바빠서 형님 있는 ..

낙서장 2023.03.01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

오늘 11시 미사를 보는 중에 주임 신부님이 복중 축성식을 하겠으니 지금 임신하신 산모분들은 가운데로 나오라고 말씀하시고 난 뒤에 한 쌍의 부부만 나서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인 미사시간에 성당을 가득 채운 상태이므로 미사 참여 중인 신자 수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 중에 임신하신 산모가 한 명뿐이라고?' 부끄러움에 나서지 않은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한 분뿐인 건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 지금의 상황은 참 비정상입니다. 아마도 30년 후에 우리 아이들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많이 탓할 거 같습니다. 왜 그냥 손을 놓고 있었느냐고 말이죠. ​ 얼마 전 유튜브 CEO인 수잔 위치츠키 (Susan Wojcicki)가 사직했습니다. 사직의 이유가 참 멋집니다. 앞으로 가족을 ..

낙서장 2023.02.28

자랑질 하지 마세요.

이호선 교수님의 친구에 대한 영상을 퇴근 길에 봅니다. ​ 요즘 보면, 이런 사람 곁에 두지 말라는 얘기들 투성이인데, 그러다 보면 인생 후반전으로 가면서, 내 주변에는 아무 친구도 남지 않고 외톨이로 쓸쓸하게 살게 될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어느 친구든 나랑 70% 정도 맞으면 정말 감사하면서 그 친구랑 30%는 맞추면서 지내라는 겁니다. ​ 지금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좋고, 하던 일 하는 것보다는 묵은 이슈 해결하는 데에서 성취감을 느끼다 보니, 이런 일을 할 때면, 새로운 사람과 관계하고, 네트워크 구성하고, 새롭게 스터디하고, 이분들과 해당 업무 챙기곤 하지만, 사람관계 측면에서는 이 교수님 말씀이 참 맞습니다. ​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입사하고는 거쳐온 해당 부서별로 그래..

낙서장 202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