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세상 읽기

SVB파산이 보여준 신호는?

kim패밀리 2023. 3. 13. 23:51

SVB파산이 가져온 의미가 참 많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동안 감춰져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러 의미가 노출되는 사건이라 보여집니다.

SVB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주요 IT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미국 16위 자산규모 은행입니다.

이런 은행이 수년간 적정한 예대마진을 남기는 투자처를 찾기가 어려워서 자연스럽게 미국채와 같은 장기투자에 집중해 왔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코로나 시국에 미국 금융권도 안정적인 예대마진 확보가 가능한 구조로 운영하기 위해 리스크가 있는 투자를 회피하면서 국채 등과 같은 장기투자 구조로 운영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입니다.

이번에 미연준(Fed)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발빠르게 예금 전액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미은행권의 장기투자 비중이 상당히 높고, 예금 인출 요구가 나올 경우 상당 수 은행이 장기채권 매각에 따른 평가손을 실현시킬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SVB와 양상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 역시 추정이 가능합니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점은 왜 미주요 은행들이 장기투자를 할 수 밖에 없었을까라는 것이죠.

이건 코로나 시국에서 아무래도 돈은 엄청나게 풀렸는데, 리스크가 낮으면서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가져다 줄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국채 투자로 자금운용을 했고, 몇 년전만 해도 단기국채 수익률은 현저히 낮았으니, 중장기 국채투자로 내몰린 듯 합니다.

여기서 미연준, 일명 Fed를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이라고 일컫는 Fed는 엄밀하게는 연방준비제도 (FRS : Federal Reserve System)입니다.

Fed가 내걸고 있는 가치는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최대고용, 안정적인 물가, 적정한 장기금리를 위한 국가의 통화정책 운영'

고용, 물가, 적정금리라는 세 가지를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운영 중인 것이죠.

출처 : Fed 홈페이지

연준이 우선시 하는 게 무엇인지는 이 선언에서 어느 정도 확인이 됩니다.

최대고용을 달성할 수 있는 안정적 물가 수준을 만들고자 하며, 이를 기준금리를 통한 통화정책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해석이 맞을 겁니다.

작년까지 경기인상은 시켰고, 오히려 물가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니 기대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돌입해서 인건비 상승에 따른 고용악화를 우려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배경에서 자이언트 스텝이니 빅스텝이니 하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 버렸고, 그 덕분에 최대고용과 어느 정도의 물가안정은 달성해 가기 시작하던 중에 장기채권 투자에 집중한 중소규모 은행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 것이죠.

다행히도, 미연준과 미연방예금보험공사가 예금 전액 보호를 발표했으니 뱅크런은 막겠지만, 이건 이미 미국도 안정적이면서 기준금리 이상의 투자처가 현재 많지 않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셈이 된 듯 합니다.

이는 미국이 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을 도입했고,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미국 내에 미래 산업유치에 안간힘을 쏟는지 유추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몇 군데 중소 은행의 도산을 대의를 위한 희생으로 보면서 큰 목표를 위해 밀고 나가는 지금의 미국을 보면서 그들의 의지와 절심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우리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합니다. 결국 인생은 선택의 결과물인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