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사회진출 준비하기

한국대학 졸업하는 것이 한국취업에 유리한 걸까요

kim패밀리 2023. 2. 27. 22:43

어제 흥미로운 유튜브를 봤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아마 친구분으로 보이는 세 분이 함께 휴가를 가서 각자의 경험을 털어 놓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건데, 편하게 오가는 얘기가 참 좋더군요.

그러면서,

"요즘은 해외유학을 하고 오면 한국에 취업이 참 어렵지."

"응, 그런 거 같아요.."

라며 해외유학을 다녀오면 한국 취업이 점차 쉽지 않다는 방향으로 얘기가 오가자, 남편으로 보이시는 분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네, 저희도 과거에는 해외유학으로 뽑던 T/O를 없앴어요."

"영어도 해외유학파보다 한국에서 영어공부하는 분이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이런 얘기를 하면서, 한국에서 일한다는 전제에서는 해외유학이 방향이 아니라는 잠정 결론(?)을 내리시는 것 같습니다.

출처 : Pixabay

절대 진리라는 건 사실 세상에 없습니다.

다만, 보편적 진리는 있을 수 있습니다.

보편성으로 얘기하는 건 그만큼 절대적으로 적용가능한 진리라는 게 없기 때문이죠.

그럼 또 고민해야 할 것이, 그 보편적 진리라는 건 어떤 범위에서의 보편성일까요?

그런 보편적 진리라도 따르는 게 맞을까요?

이 얘기를 나누시는 분들의 삶의 궤적, 사회적 인간관계의 넓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맞다 틀리다를 얘기하려는 건 우선 아닙니다. 그 분들의 경험과 관계의 범위에서는 맞는 얘기일 수 있고, 그래서 그 범위에서는 보편적 진리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분들이 전제한 "한국에서 취업해서 한국에 있는 기업에서 적응해서 직장생활 하려면 해외유학한 학생들에게는 불리"한게 맞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 그 범위와 가정을 바꿔 보겠습니다.

이런 바뀐 범위와 가정에서도 그 보편성이 유지될까 싶어서죠.

예를 들면, 한국을 앞으로 먹여살릴 두 가지 사업을 생각해 보죠.

아마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산업이 반도체와 밧데리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겁니다.

그럼 대표기업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과 LG엔솔입니다.

두 기업의 행보를 잠깐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현지화입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수요가 큰 각 대륙에 생산법인을 두고 세계화를 통한 경쟁력을 강화 중이죠.

특히, 삼성전자와 TSMC간의 경쟁은 전쟁 수준입니다.

이 두 기업의 경쟁은 미국투자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죠. 이유는, 반도체 사업의 특성 때문인데 장치산업이고, 선행투자를 통해 그 시장의 선도적 지위를 만들어 가지 않으면 투자 후 수익화까지의 필요시간 때문에 후행사업자에게는 사업기회가 작고, 지금의 시장변화는 냉전시대 비슷한 상황이라, 각각의 큰 시장에서 현지화를 통해 현지완결형의 생산 방식으로 전환해 가야 하는 분위기입니다.

모든 생산에는 생산수율이라는 게 있습니다. 쉽게는 불량률의 반대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생산수율은 이런 고급공정에서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필요로 하는 생산수율까지 생산공정의 안정성을 단시간에 끌어올리고 확보하는 것이 이런 기업들의 경쟁력입니다.

3나노 공정을 삼성전자와 TSMC 중에 누가 안정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가 지금 이 업계의 관전포인트라는 것은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얘기입니다.

예컨대, 애플은 앞선 기술의 부품을 기반으로 한 혁신제품을 계속 계획해 갈 건데, 3나노 기반의 반도체를 투입하는 것을 전제로 내년 출시 제품을 천만대 계획 중이라고 한다면, 해당 시점에 원하는 품질의 3나노 기반의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업체에 해당 물량을 주지 않을까요?

여기에 신냉전의 국제정세 변화가 현지화를 가속화 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 중국, 러시아간의 정치적 긴장감은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기업들에게도 이런 정치적 긴장감 때문에 현지생산으로 대응이 불가피한 시장은 현지화가 가속화 되는 분위기입니다.

대표적인 시장이 미국과 잠재적으로 유럽시장입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 지역에 20년간 11개 공장을 신설하고 20년에 걸쳐 2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방향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매년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매년 12조인거죠.

출처 : 삼성전자 홈페이지, 2020년 사업보고서, 파운드리 생산지

위 자료는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등록된 2020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라서 지금은 약간 변경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는 6개 생산라인을, 중국에 한 곳, 미국에 한 곳의 생산공장을 운영 중입니다.

여기에, 위 발표대로라면 미국에서만 11개 공장이 더 추가되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만큼은 생산지 전략이 미국과 한국 두 축으로 가져가는 흐름이 분명해 보입니다.

자, 그럼 가정이 바뀝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취업해서, 미국사업 또는 미국생산 물량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공급물량을 제대로 관리해 낼 수 있는 인재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한국기업이라고 생각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만큼은 앞으로 한국과 미국 각각에서 주요 물량을 생산하는 모습으로 바뀐다는 겁니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텍사스 공장의 취업인력을 Texas Austin대학과 조지아텍 등 인근 대학이나 미국 명문대학을 졸업한 인재로 채우려 한다는 것은 이런 배경일 겁니다.

텍사스에 기존 공장 1곳에 더해 총 12개 공장을 현지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전체 운영 공장 중 텍사스 비중을 이렇게 높이는 것은 미국물량에 대한 대응은 미국에서 최대한 대응하고, 나머지 지역, 이를테면 유럽, 아시아, 중국, 러시아 등을 한국에서 대응하는 방향일 겁니다.

이런 텍사스 삼성 생산공장에 그럼 주재원으로 한국 본사와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파견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절대 인력은 현지에서 채용을 할 겁니다. 아무리 삼성전자라고 해도, 이 전체 법인 운영인력을 한국에서 보내는 건 불가능하고 맞지도 않습니다.

그럼 수요측은 어떨까요? 생산만 한다고 되는 내용이 아니고, 오히려 더 중요한 게 판매이니 삼성전자 판매법인에서 이 역할에 대한 인재수요는 더욱 커질 겁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니면 새롭게 등장하는 스타기업들과 스킨쉽을 쉽게 하면서, 그들의 수요를 끌어오는 게 정말 더 중요집니다.

미국 현지에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현지의 유머코드와 문화를 이해하면서, 그런 기업에서 일해 본 경험을 갖고 있는 인재를 더 찾게 될 겁니다.

삼성전자가 각 영역에 필요에 맞춘 "미국현지"에서의 능력과 경험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대학 출신의 인재"가 아니라 "이런 역량과 경험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찾을 거라는 점입니다.

출처 : 삼성전자 홈페이지, 2020년 사업보고서

 

LG엔솔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LG엔솔의 수주 규모가 370조를 넘어섰고, 배터리 업체 전체의 수주규모가 700조를 넘어선다는 소식입니다.

LG엔솔이 지난 해 25조 매출을 했으니, 수주 규모로만 보면 15년 공급규모입니다.

수주 규모가 점점 더 커질 거라 하는데, LG엔솔 역시 주된 생산기지를 미국, 유럽 등 자동차업체가 있는 곳 인근에 위치시키고 있습니다.

중국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아마도 한국, 미국, 유럽으로 생산기지가 점차 현지 완결형으로 가게 될 것이고 앞으로 이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야 할 시대의 대한민국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글로벌 환경의 변화의 속도와 복잡성이 더욱 가중되다 보니 한국의 대표기업도 생존을 걱정하면서 치열하게 생존전략을 짜는 중이고, 지금까지의 방향성은 "해외현지화"로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방향에서 대한민국의 핵심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도 변화하는 것이죠.

한국 핵심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수요는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게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의 투자 유치를 정치적으로 어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미국의 현지채용이 늘어나는만큼 대한민국에서의 채용이 줄지 어떻게 될지는 지금 속단은 어렵습니다.

Zero Sum 게임이면 이 가정이 맞겠지만, 미국에서 현지화 하는 방향성은 신규 매출창출의 측면도 있으므로 진행되는 경과는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국 핵심기업들이 해외현지화로 진행하는 움직임을 막아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건 기업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고, 생존을 위해 활로를 찾고 변모한 덕분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어제 유튜브에서 본 내용은 이런 흐름을 이해하면 일정 부분은 맞을 수도 있다고 느낍니다.

현지완결형으로 사업방향을 전환 중인 업체에서 근무 중이시라면, 아마도 한국에서의 채용규모가 감소하는 것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내수시장만을 바라보면서 하는 업체라면 한국의 문화코드를 제대로 이해 못하는 해외유학파의 적응은 예전부터 어려웠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세상의 흐름을 읽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픈된 자세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이 아닌 글로벌 무대를 안방 드나들 듯이 할 수 있는 크기와 여유를 갖춘 멋진 아이들로 키워 가는 데에 더 큰 미래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출처 : Pixels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