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스테파노 성인 : 쪽 팔리게 살지는 맙시다.

kim패밀리 2023. 5. 28. 17:27

삶은 태어나면서 부모님에 의해 정해지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어려서의 삶의 배경, 이름, 육체, 성별, 성격, 유전, 교육 등...

이런 영역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정해지는 부분들입니다.

그리고, 종교도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저도 모태신앙으로 천주교를 믿고 있습니다.

외조모님이 천주교에 신실하셨고, 그 영향으로 어머니도 천주교에 신실하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도 어려서 세례를 받고 매 순간 감사와 의지를 당신과 함께 하면서 하느님과 성모님께 믿음을 쌓아오고 있습니다.

 

제 세례명은 스테파노입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스테파노 성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깨닫게 됐습니다.

오늘 주보를 통해 스테파노가 하느님의 믿음 속에서 순교하신 성인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면서 죄송스러운 맘이 듭니다. 세례명으로 스테파노라는 이름을 받았지만 정작 스테파노가 누구이셨는지, 어떤 삶을 사신 분인지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저를 부끄럽게 만들더군요.

나의 진실한 믿음 때문에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건 상상은 가능해도, 현실에서 내가 그렇게 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해서, 이 분에 대해 좀더 알아 봤습니다.

 

스테파노는 그리스도교 최초의 순교자이십니다.

사도행전에 등장하고, 예루살렘에 최초로 서임된 7명의 사제 중의 한 분이십니다.

예루살렘 시의 중의소에서 유태교도와 논쟁을 벌이다가 성난 유태인들에 의해 시의 성문 밖에서 돌에 맞아 죽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어떤 논쟁 때문에 이런 죽음을 맞이하신 건지가 궁금해 집니다.

 

그 시작은 산헤드린의 연설입니다.

산헤드린은 유대인들의 최고 의결기관인 산헤드린 공회를 의미하고 모세가 정한 70명의 장로가 이후에도 이어져 70명 규모로 운영됐고, 만장일치로 입법과 사법을 총괄했습니다. 특히, 사형에 해당되는 경우는 전일 사형 판결에 대해 다음 날 다시 한번 판결해서 억울한 판결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는데, 이렇게 운영된 산헤드린에서 스테파노께서는 무슨 연설을 하신 거길래 유대인의 공분을 사서 죽음을 당하신 건지 더욱 궁금해 집니다.

 

산헤드린의 연설은 사도행전 7장에 잘 나옵니다. (전문은 유첨 참고)

스테파노는 산헤드린 공회 내 70명의 장로들 앞에서 이스라엘의 역사을 먼저 얘기합니다.

그리고, 연설을 마무리 하면서, 예수님을 박해하고, 그분이 오실 거라 예고한 자들을 죽였으니, 천사가 전한 율법을 유대인들은 지키지 못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연설을 마무리 합니다.

 

사람이 가장 무섭게 변할 때는 바로 나의 가장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부분을 지적할 때입니다.

역사에 그런 순간들은 참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부끄러움을 공유하고, 해결한 결과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미래에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는 우리도 잘 알고 있죠.

산헤드린 공회가 사형 판결에 이틀간의 기간을 두고 억울한 판결이 되지 않도록 숙고하는 절차가 있었지만, 스테파노가 위 연설을 하자, 유대인들은 격노해서 그를 성 밖으로 끌고가 돌로 쳐 죽였다고 하니 얼마나 유대인들이 격노한 상황일지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그런 결과를 예감하면서도, 아마도 담담히 산헤드린에서 위 말씀을 처음으로 꺼내신 스테파노 성인의 용기와 진실함이 느껴지네요.

마치, '우리 쪽팔리게 살지는 맙시다.'라는 심정으로 말씀을 꺼내신 거겠죠.

그러면서도, 임박한 죽음 앞에서 주님께 자신을 맡기고, 자신을 죽이는 이들을 위해 바치는 용서의 기도를 하셨다는 건 제가 감히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제 세례명의 성인이 어떤 분이셨는지를 알게 된 오늘이 좋습니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그분이 맘 속에 아마도 갖고 계셨을, '우리 쪽팔리게 살지는 맙시다.'라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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