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풍진 공부

kim패밀리 2023. 5. 23. 12:24

일본에 있는 큰 애가 몇 주 전부터 몸에 발진이 나서 잠을 못 자겠다고 합니다.
멀리 떨어진 가족이 아플 때 못 도와주는 맘이 속수무책 중 하나에요.

처음에는 뭘 잘못 먹은 거 아니냐면서 두드러기를 의심했습니다.
손과 팔에 붉은 발진이 사진으로만 봐서는 영낙없이 두드러기 같더군요.
하지만, 동네 병원에서는 두드러기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잡아내지를 못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를 않아 다른 병원을 가보라고 해서 갔더니 뜻밖의 얘기를 합니다.

“피검사 해 봐야 하겠어요. 풍진인 거 같아요.“

일본은 피검사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나 봅니다.
그렇게 며칠을 ‘풍진이 뭐지?’하면서 온 가족이 풍진 공부를 했습니다.
법정2종 전염병이면서 산모가 걸리면 태아에 위험해서 조심하는 병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주로 감염된 사람이 기침하거나 말할 때 튀어나오는 작은 비말로 전염되고, 가족 내에서 발생할 경우에도 전염이 잘 된다는 사실두요.
4학년 마친다고 혼자 도쿄에서 공부하는 중에도 과외한다면서 열심히 살다 풍진에 걸린 거겠죠.

며칠 뒤 “아빠 풍진이 맞대.”라면서 연락이 옵니다.
그러면서, “아빠, 영유아들이 잘 걸리는 병이라던데 왜 내가 걸린걸까?”
혼자 타지에서 견디는 중에 풍진까지 걸리니 맘도 약해져 버린거겠죠. 자기 생활비도 과외로 충당하는 기특한 녀석인데 마음 한 켠이 짠해집니다.

“아냐, 성인들도 걸린단다. 전염병이라잖아.
약 먹고, 잘 이겨내 봐. 그러면 된다.“

그렇게 하나씩 경험하면서 커가면 되는 거겠죠.
모든 게 커가는 과정일테니깐요.
‘고맙구, 사랑해…’

 

출처 : Pixabay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  (0) 2023.05.26
서울의 night life, Aruba의 night life  (0) 2023.05.23
응석  (1) 2023.05.18
하룻동안 13가지 일꺼리 챙기기  (0) 2023.05.17
멋지게 살아봐요, 나와 맞게…  (1) 202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