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시 미사를 보는 중에 주임 신부님이 복중 축성식을 하겠으니 지금 임신하신 산모분들은 가운데로 나오라고 말씀하시고 난 뒤에 한 쌍의 부부만 나서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메인 미사시간에 성당을 가득 채운 상태이므로 미사 참여 중인 신자 수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 중에 임신하신 산모가 한 명뿐이라고?'
부끄러움에 나서지 않은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한 분뿐인 건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참 비정상입니다.
아마도 30년 후에 우리 아이들이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많이 탓할 거 같습니다.
왜 그냥 손을 놓고 있었느냐고 말이죠.
얼마 전 유튜브 CEO인 수잔 위치츠키 (Susan Wojcicki)가 사직했습니다.
사직의 이유가 참 멋집니다. 앞으로 가족을 더 돌보기 위해서랍니다.
수잔 위치츠키를 표현하는 여러 얘기가 있습니다.
유튜브 CEO였었고, 하버드대에서 역사학과 문학을 전공했지만, 구글 초기에 참여했고, 구글광고 부문을 이끌다가 유튜브 인수를 주장하고 결국은 인수해 내서 구글에서 탄탄한 입지를 가져갈 수 있었다는 것 등등
하지만, 가장 눈길 끄는 대목은 그녀가 바로 다섯 아이들의 엄마라는 점입니다.
한 명, 두 명도 아닌 다섯 자녀의 엄마입니다. 다둥이 엄마인거죠.
"돈에 여유가 많아서 애들을 많이 가질 수 있었던 거 아닐까요?"
"아닙니다."
지금이야 수잔 위치츠키가 보유 자산 1조 수준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처음 시작은 맨 손으로 시작했습니다.
"애들 돌봐줄 사람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아닙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애들 양육에 부모가 관여하지 않고, 도움 역시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구글이 만만한 곳도 아닙니다.
구글에서 근무 중인 자제분을 둔 선배님들 얘기를 들어 보면 돈 많이 주는만큼 구글도 엄청 일 시킵니다.
수잔 위치츠키는 사내커플이니 두 부부가 양육에서 서로를 많이 돌봐줬을 거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애들을 챙겨야 하는 어려움은 비단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수잔 위치츠키는 애를 한두 명도 아닌 다섯 명이나 키우게 됐을까요?
그건 아마도 그녀의 부모가 보여준 다둥이와 함께 하는 데에서 오는 행복함과 도전에 대한 가치를 교육받은 이유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수잔 위치츠키의 아버지는 스탠포드대학의 입자 물리학과 교수이셨습니다.
그녀 외에 두 명의 딸을 더 두고 다섯 가족이 함께 컸습니다.
딸 셋이 하나 하나가 참 잘 컸습니다.
수잔 위치츠키 다음이 앤 위치츠키인데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전처였고, 23andMe의 창업주입니다.
셋째 역시 캘리포니아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정한 가족이 주는 행복함과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수잔 위치츠키를 다둥이 엄마로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봅니다.
우리를 바라보면서 미래를 꿈꾸고 그리는 아이들인데 참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어둡게 얘기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우리 더욱 행복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더 열심히 도전해 보시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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